- 윈터솔저AU

- 윈솔이랑 사퍼랑 합치다보니 설정 변경 많음

- 세계관 붕괴. 설정붕괴 주의.



티엔하랑 [윈터솔저AU]

Eternal Winter (for. towano)

w. Edyie



  하아하아….

  티엔은 흔들리는 시야를 바로잡으려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천근같이 무거운 눈꺼풀은 그의 의지만큼 재빠르게 움직여주지 않았고, 오히려 시야가 더욱 더 흐릿해졌다. 그가 제대로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는 다리를 거의 바닥에 끌다시피하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으며 한 쪽 팔은 이하랑이 둘러메고 있다는 게 전부였다. 시선을 겨우 끌어내리자 정신없이 눈을 돌리며 그를 부축한 채 이리저리 움직이는 하랑이 눈에 들어왔다. 티엔처럼 운신을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하랑 역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처음에 티엔은 정신이 조금 더 또렷했을 때 하랑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나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의 얼굴을 하고서 사부만 버리고 갈 수 없다며 기어이 자신의 어깨 아래로 파고들어 부축하는 아이에게 티엔은 더 모질게 대하지 못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만신창이 꼴로 적진의 한 가운데를 헤매고 있는 와중이었다.


  "사부, 정신 단단히 차리고 있어."


  사부, 듣고 있어? 하랑은 티엔이 대답이 없을 때마다 재차 그를 부르며 대답하도록 만들었다. 티엔은 아득히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에 뭐라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저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소리만 뱉을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얼마나 적진에서 멀어졌는 지도 모른 채 하랑의 손에 이끌려 거의 목숨만 부지한 상황이었다. 티엔은 자칫하면 제가 아끼던 제자가 어떻게 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 특수한 능력자들의 전쟁에 뛰어든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전부터 풍문으로 들어 그 참혹함만은 확실히 기억했다. 티엔은 이 상황에서 제자만이라도 구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움직일 힘조차 없어 무리였다.

  하, 랑. 티엔은 어떻게든 아이의 이름을 부르려 입술을 움직였다. 시끄러운 전장터에서 용케도 그의 목소리를 들은 아이가 기쁜 얼굴로 마주보았다. 하지만 그가 뭐라고 다시 말을 잇기도 전에 하랑은 재빨리 손을 뻗으며 령을 소환했다.


  "령부! 붉은 개!"


  외침과 동시에 소환된 개의 영령이 둘을 따라오는 센티넬들을 향해 돌진했다. 조금의 틈을 알아챈 하랑은 티엔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무게를 견디기 벅찼는 지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이 거칠게 토해졌다. 한참을 달리던 하랑은 자리에 멈춰 서서 한 자리를 빙글 돌았다. 쿵 소리와 함께 정면에 나타난 트루퍼가 이 쪽을 향해 포를 조준하고 있었다. 망했네. 짧게 중얼거린 하랑은 트루퍼가 포를 쏘기 직전에 씨익 웃으며 부적을 꺼내들었다. 잔나비! 하랑을 잡아챈 원숭이의 령이 공중으로 홱 떠올라 자리에서 사라졌다. 적에게서 빠져나오긴 했지만 두 사람이 돌아온 곳은 아까 티엔이 부상을 당한 장소였다. 하랑은 돌아오자마자 창고로 보이는 건물로 티엔을 이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철문이 달린 방 안에 티엔을 밀어넣고 그의 손을 놓기 전, 실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작게 속삭였다.


  "여기라면 안전할테니까 기다려, 사부. 내가 꼭 살아돌아올게."


  티엔이 그런 하랑을 다시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의젓한 말을 내뱉은 아이는 재빨리 뒤돌아나가 창고의 문을 닫아버렸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닫힌 철문을 뒤에 둔 하랑은 벌써 근처까지 접근한 센티넬들을 바라보며 부적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손 끝을 가볍게 휘둘러 부적을 쏘아보냈다. 치익. 다가오던 센티넬의 몸체에 붙은 부적은 타들어가는 소리가 여러 군데에서 들려왔다. 하랑은 긴장감에 손을 한 번 꾹 쥐었다 펴고는 전장을 내달렸다. 창고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져야 한다, 그 생각 하나로 열심히 뛰던 하랑은 공기를 타고 느껴지는 미묘한 떨림을 느끼고 자리에서 멈춰섰다.


  "하, 정말이지... 제자 노릇하기 어렵네."


  황망한 눈으로 멀리 내다보던 하랑의 눈에 이 쪽을 향해 다가오는 트루퍼와 밝은 빛이 동시에 비춰졌다. 손에 쥔 부적의 끝에서 뱀의 형상이 서서히 짙어지고 있었다.



*   *   *   *



  으으. 하랑은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내려다보며 흐릿해진 시야를 바로잡으려 애썼다.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워졌다. 침착하려는 마음가짐이 무색하게 온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하랑이 품에 남은 부적을 가늠해보는 사이, 상대는 이미 그의 앞에 다가와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푸른 머리칼을 지닌 여자가 표정없는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하랑은 헛웃음을 흘리며 가만히 주먹을 말아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자잘한 돌멩이와 모래가 파고들었다.


  "...젠장. 어째, 꿈자리가, 사납더라니..."


  말을 마친 하랑은 얼른 제 손에 쥐고있던 흙먼지를 허공에 뿌리려 했지만, 상대가 한 발 더 빨랐다. 무장한 발 끝에 세게 걷어차인 하랑은 원래 있던 자리보다 한참 떨어진 곳에 처박히듯 나뒹굴었다. 동시에 숨도 쉬지 못할 만큼의 고통이 순식간에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위태로운 숨을 붙잡으며 몸을 웅크리자 아득하게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리. 스텔라. 퇴각한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트루퍼가 앞으로 나와 포를 장전했다. 하랑은 몸을 뒤틀다 먼발치에 보이는 건물을 보고 손을 뻗었다. 철문은 안전할까. 사, 부. 힘겹게 끊어뱉은 말이 삼켜지기도 전에 폭발음과 함께 사라졌다. 전장에서 아이의 비명소리가 타오르다 사라졌다.



*    *   *   *



  상태-. 생, 존-. 코마.

  많은 단어들이 그의 귀를 거쳐 울렸다가 스러지기를 반복했다. 그는 자신이 살아있는 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그렇게 한참을 노력한 끝에 그는 가까스로 눈을 뜨는데 성공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얀 병실 천장이었다.

  그리고, 티엔 정은 치열했던 전장에서 돌아온 몇 안되는 생존자로 기록되었다.

  그가 브루스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적적이었다. 안타리우스와의 전투가 벌어졌던 이후, 재단과 회사와 연합에서는 각각 자신들의 집단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었다. 하지만 '노인'도 그만큼 대비를 해뒀던지 어느 누구도 쉽게 전장으로 접근할 수 없었다. 능력자들의 안전을 위해 세 집단은 힘을 합했고 1년여 만에 동료들을 잃었던 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브루스는 그 전장에서 살아 남아있던 사람은 티엔 혼자라고 했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차디찬 냉동고 안에서 살얼음이 껸 상태라 생존을 기대하지 않았으나, 그의 상처부위들을 비롯해 전신을 휘감고 있는 푸른 기운이 티엔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고도 했다. 브루스가 발견 즉시 재단으로 이송하여 살아남았지만, 그는 꼬박 석 달을 누워있었다고 했다.


  석 달만에 눈을 떠서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한동안 기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오히려 제 주인을 해칠 정도로 날뛴 탓에 티엔은 재단에서 퇴출될 위기에도 몰렸었다. 그러나 티엔은 개의치 않고 기를 운용하는데 집중했다. 보다못한 마틴이 말릴 정도로 그는 처절하게 수련에 매달렸다. 한참동안 브루스 이외의 사람과는 대화도 하지 않던 티엔이 처음으로 마틴에게 말을 건 것은 수련을 시작하고 3일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챌피.'

  '말씀하세요.'

  '...이하랑은 어떻게 되었지?'


  한참만에 돌아온 질문이었지만 마틴은 느리게 눈을 내려감을 뿐,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눈을 내려감은 채 티엔을 향해 자신이 보았던 장면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티엔씨와 하랑군이 전투에 나선 지 1년이 지난 뒤였어요. 그 기간동안 멀쩡히 남아있었을 리가 없지만, 이상하게도 하랑군은 없었어요. 정말 홀연히 사라진 사람처럼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저... 마틴이 말을 멈추었다. 티엔은 그가 다시 말을 이을 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


  '팔만 있었어요. 한쪽 팔이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티엔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떼었다 도로 다물었다. 제자의 죽음에 대한 소식이 이렇게 잔인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는 다시 마틴에게 부적이나 장신구 같은 물건이 나오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안타까운 눈빛 뿐이었다. 마틴과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티엔은 한참동안 바람이 흔드는 풍경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수련을 이어갔다. 그의 뜻을 알아챈 마틴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티엔이 혼자 찾아간 하랑의 무덤 앞에는 차가운 비석과 이름 석 자가 적혀있을 뿐이었다. 티엔은 아이의 무덤 앞에서 한참을 서있다가 재단으로 돌아갔다. 자신을 구하느라 스스로를 희생한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기분이 들어 말을 아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뒤에야 티엔은 다시 예전처럼 완벽하게 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   *   *   *



  "마스터 정, 회복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괜찮겠나."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다시 전장에 내보낼 수 없잖습니까."


  브루스의 만류에도 티엔은 묵묵히 옷을 차려입고 재단의 문 앞에 서서 신발에 묻은 흙을 털었다. 양 손 끝에서 피어난 하얀 기운과 검은 기운이, 그가 주먹을 쥐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브루스는 여전히 걱정이 된다는 얼굴이었다. 그 생각을 모르진 않았지만 티엔은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마차에 몸을 실었다.

  지난 전투는 재단의 인재들이 그랑플럼 재단으로 물건을 옮기다 습격을 당한 터라 피해가 더 컸다. 그 피해 중에는 마틴을 비롯한 몇몇 능력자들의 부상도 있었고 물건의 소실 또한 막대했다. 며칠의 간격을 두고 회사와 연합에도 비슷한 일이 터졌다. 이러한 사건에 재단은 더 이상 묵고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고, 그것은 회사나 연합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이 바로 세 단체가 합동작전을 펴기로 한 날이었다. 이동하는 동안 티엔은 최근 발생했던 사건에 대한 파일을 읽어보았다. 그러자 근 1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피해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서? 그 질문에 건너편에 앉아 함께 이동하던 이글이 어깨를 풀며 해답을 주었다.


  "형씨, 뭘 모르는구나."

  "노인이 새로운 무기라도 발명한 건가?"

  "아니. '동장군'이잖아. 동장군."

  "동장군?"

  "와, 본인도 꽁꽁 얼어있었다더니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보네. 그 괴물을 몰라?"


  저번에 회사와 있었던 전투에서 트릭시랑 닌자를 꺾어버린 녀석이야. 뭐, 표현이 이래서 그렇지. 호타루가 붙잡혀서 거의 죽을 위기였는데, 때마침 도착했던 트릭시가 구해주려고 했다나봐. 그런데 그 괴물이 트릭시의 검을 한 손으로 막아버렸다고 하더라고.

이글은 그렇게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설명을 듣고도 쉽게 믿기지 않는 실력이었다. 티엔은 글로 묘사되어있는 '동장군'의 모습을 그려보다 파일을 덮었다. 이번에도 그 자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할까. 늘어난 걱정을 생각하며 티엔은 이동하는 마차 안에서 눈을 감았다.



*   *   *   *



  꺄악! 폭발음이 연달아 들리는 전장에 서 있던 티엔은 비명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비명의 근원지가 그리 멀지 않아 소리는 선명하게 그의 귓가에 파고들었고 그는 망설임 없이 그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앳되고 가녀린 목소리인 걸로 보아 헬리오스의 앨리셔인 듯 했다. 티엔은 달리면서 양 손에 기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빠르게 모퉁이를 돌자마자 그의 눈엔 앨리셔의 목을 붙잡고 들어올린 짧은 머리의 사내가 보였다. 검은 장갑을 낀 오른손이 그녀의 숨통을 금방이라도 끊어놓을 기세로 힘을 주고 있었다.

  티엔은 경공술을 써 다가간 뒤 다리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쾅! 소리와 함께 공격당한 남자는 정신을 잃은 앨리셔를 두고 티엔을 쏘아보았다. 검게 칠해진 눈매가 날카롭게 빛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앨리셔를 한 쪽에 집어던지다시피 하고 티엔을 향해 달려왔다. 반대로 티엔은 앨리셔를 붙잡아 바닥에 가볍게 내려두고 지척까지 다가온 남자의 주먹을 막았다. 하지만 그의 기와 부딪힌 건 얼얼한 울림이 올 정도로 딱딱한 강철 팔이었다. 기와 강철이 부딪히면서 다시 한 번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티엔은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다른 팔을 뻗어 공격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상대 쪽에서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근거리에 붙어서 체술과 기로 싸우는 방식 탓에 티엔은 상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남자는 눈가 아래를 전부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 정체를 알 수 없었고, 언뜻 보기에는 아이작과 닮아있었다. 하지만 싸움의 방식이나 움직임을 보았을 때 기계보다는 능력자를 개조해 만들어진 자였다.

  티엔은 짧은 순간 거기까지 파악하고 발 끝에 힘을 실어 휘둘렀다. 복부를 걷어차인 남자는 뒤로 두어걸음 물러나더니 왼쪽 강철 팔을 크게 한 번 돌렸다가 그대로 티엔을 향해 내질렀다. 두 팔을 교차해서 막아보았지만 반동으로 티엔의 몸이 붕 떠서 밀려났다. 티엔은 팔을 풀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남자에게 달려들며 기를 폭발시켰다. 한순간 응축되었던 기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휘청거리자 티엔은 그대로 그를 붙잡고 빠르게 올려찼다. 남자는 공중에 몸이 뜬 순간에도 티엔을 향해 강철 팔을 뻗었고, 미처 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티엔이 오히려 그의 손에 잡혀 허공으로 떠올랐다. 전세가 역전된 틈을 타 남자는 떨어지는 티엔을 향해 뛰어오르며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티엔 역시 당할 수 없다는 듯 기를 최대한 끌어모아 한 번에 쏘아보냈다. 용 모양으로 뒤엉킨 기운을 잠시 버티던 남자는 연타로 내려꽂히는 기운에 바닥 사이에 짓눌렸다. 티엔은 그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기를 도로 물리며 바닥에 내려섰다. 티엔의 가장 큰 일격을 정면에서 받아낸 남자는 일어나려고 눈을 부릅 떴지만 티엔이 조금 더 빨랐다. 그는 한 손에 기를 잔뜩 모아쥔 채로 다른 손으로 남자의 멱살을 잡아채고 마스크를 벗겼다.


  툭. 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 마스크와 상대의 얼굴을 번갈아 확인한 티엔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남자의 오른쪽 눈동자가 깜빡거릴 때마다 붉게 빛났다가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왜, 이곳에. 티엔은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마스크 아래 가려져있던 얼굴은 사내라기보다는 소년에 가까웠고, 티엔이 무척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게, 대체..."


  제대로 된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티엔은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바닥에 누워있던 남자는 티엔의 몸을 세게 밀쳤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티엔이 뒤에 있던 벽에 부딪혔다가 떨어졌다. 하지만 티엔은 여전히 그에게 시선을 두었다. 한순간 뒤엉켜버린 생각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더 사납게 얽혀들었다. 남자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티엔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티엔은 그가 공격을 위해 팔을 크게 돌렸을 때야 입을 열었다.


  "이하랑."

  "...이하랑이 누구지?"


  간신히 뱉어져 나간 이름에 알 수 없다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티엔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하랑과 함께 한 기억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기억의 끝에는 하랑이 그를 창고에 넣고 문을 닫던 때가 떠올랐다.

  내가 꼭 살아돌아올게.


  "그 말의 뜻이 이런 거였나."


  티엔은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가 재단에 처음으로 데려왔던 아이이자, 제자이자, 가족 같았던 이하랑이 그의 건너편에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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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dy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