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콕 설정 일부 차용. AU에 가까울 지도....?
* 병 속의 폭풍우
Dominion Fan Fiction
About Us
w. Edyie
세상에. 가브리엘은 새된 감탄사를 내뱉을 새도 없이 다시 들어오는 주먹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천하의 가브리엘이? 주먹을 피한다고?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이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복부로 훅 꽂혀든 주먹이 강한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억 소리가 터져나오고 저절로 허리가 앞으로 숙여졌다. 가브리엘은 혼란스러운 와중에 재차 들어오는 주먹을 틀어쥐었다. 더 맞았다가는 뼈도 못 추릴 지경이니 일단 방어가 최선이었다. 공격은 씨알도 안 먹히는 걸.
잠시 평화가 찾아오나 싶더니 손바닥 안에 붙잡힌 주먹이 맹렬히 앞뒤로 움직이다 멈추자, 이번엔 다른 손이 오른쪽 뺨을 올려쳤다. 정확히 말하면 어퍼컷에 가까운 각도여서 가브리엘은 방어태세를 날려버리고 허공에 붕 뜬 상태가 되었다. 대체 이 남자는 뭐지? 뒤로 날려가는 와중에도 한 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대체 정체가 뭐야?
가브리엘은 대천사였다. 아버지의 뜻을 받아 인간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중재자가 되는 것이 그에게 맡겨진 임무였다. 물론, 가브리엘이 임무를 아주 잘 수행했냐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가브리엘은 그의 방식대로 인간들을 도우려고 했고, 그 대가로 아버지로부터 인간들이 감히 상처입힐 수 없는 육신을 얻었다. 지상의 어떤 무기도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다만 그 힘을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했을 경우 그는 능력을 잃었다. 그마저도 일시적인 현상이라 그가 잘못을 깨달으면 능력은 돌아왔다. 가브리엘의 기억 속에 여태까지 능력을 잃은 적은 딱 한 번이었다.
상황을 다시 되짚어보자.
사방에 모래 뿐인 사막에 그와 정체를 종잡을 수 없는 남자 둘 뿐이었다. 가브리엘은 허공에서 곤두박질쳐서 온 몸에 모래를 뒤집어쓴 상태였다. 제대로 착지하지 못한 탓에 입과 코에 모래먼지가 들어가 기침이 났다. 콜록거리면서도 가브리엘은 자신이 능력을 잃은 것인지 되짚어보았다. 그럴 만한 사고를 친 적 없다는 결론이 나자, 그는 재빨리 등 뒤에서 날개를 펼치고 바닥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느린 걸음으로 가브리엘에게 다가오던 남자는 갑자기 일어난 모래폭풍에 시야가 가려지는 지 손으로 눈 앞을 가리며 멈춰섰다. 그리고 가브리엘의 날개짓으로 인한 바람이 멎을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가브리엘은 남자를 내려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동안 능력이 약해졌던 게 분명했다. 천사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이렇게나마 남자의 무자비한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야 다행이었다. 질문할 시간도 번 셈이었다. 가브리엘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나라면 그러지 않겠어."
"뭐?"
"너를 공격한 적을 두고 무방비하게 있지 않겠다는 소리야. 가브리엘."
남자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브리엘이 원했던 대답은 전혀 아니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가브리엘이 당황할 만큼 맹렬히 공격하던 사람과 다른 사람이었나 생각할 정도로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목소리였다.
내가 저 사람을 알던가? 가브리엘의 이름이야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서 알고있다 치더라도 말투가 달랐다. 남자는 마치 그를 잘 아는 사람인마냥 자연스럽게 조언을 붙였다. 그러나 가브리엘의 기억에는 저 얼굴이 없다. 바람에 흩날리는 구불거리는 머리칼과 반듯한 콧날, 일자로 꾹 다물린 입술. 특히나 녹색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예사롭지 않은 인물인데 저런 인물을 잊을 리 없었다.
"내가 당신을 알…."
"내려와."
"이봐. 일이 꼬여서 내가 당신한테 엄청 맞았는데 두 번은…"
"나도 두 번 말하는 취미는 없어. 내려와."
허, 가브리엘은 코웃음쳤다. 지금 누가 우위인데 누구더러 내려오라는 거지? 가브리엘은 부러 크게 날개를 펄럭이기 위해 어깨를 틀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눈 앞에서 남자가 사라지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내려, 오라고, 했잖아."
코 앞으로 다가온 녹빛 눈동자가 그의 감정을 대변해주듯 이글거렸다. 지상에서 3미터 정도 떠있어서 분명 잡지 못할 높이인데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을까 하는 불필요한 고민이 머릿속을 스칠 때 즈음, 그의 얼굴로 다시 주먹이 날아들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방어할 틈조차 없었다. 가브리엘은 머리부터 모래가 가득한 바닥에 떨어졌다.
골이 울릴 정도로 얼얼한 아픔이 느껴져 떨어지고 난 뒤에도 시야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입에서는 절로 비명이 새어나왔다. 아무렇게나 뻗은 손으로 바닥을 더듬거리며 균형을 잡으려던 찰나, 눈 앞에 남자의 신발이 들어왔다. 남자는 가브리엘의 옷깃을 잡아채 일으켜 세웠다. 여전히 시야는 흔들리고 있었지만 눈 앞에 남자의 얼굴이 놓였다는 사실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귀담아 듣지 않는 건 여전하구나."
"대체 누구…"
"우린 형제야."
"뭐?"
"쌍둥이 형제지."
가브리엘은 뜻밖의 단어에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그에게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누구도 그보다 오래 산 이가 없으니 사실을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가브리엘은 우선 잠자코 그가 하는 얘기를 듣기로 마음 먹었다. 가브리엘이 도망치거나 공격할 의도가 없어보이자 남자는 편한 자세로 그를 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자의 이름은 미카엘이라고 했다. 바로 전에 말한대로 가브리엘의 쌍둥이 형제이며, 그 역시 대천사다. 아버지의 뜻을 행하던 도중, 사고로 둘은 각자 살게 되었으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미카엘은 이 모든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고 필요한 말만 골라서 얘기해주었다. 그는 가브리엘의 질문에는 곧잘 대답해주었지만 설명을 이후로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지구상에 자신 같은 존재가 혼자일 거라 믿고 지내던 가브리엘로서는 미카엘이 유일한 가족처럼 느껴졌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미카엘의 설명에 따르면 가브리엘이 잃어버린 기억- 시간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가브리엘은 다급한 마음에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질문을 우수수 쏟아냈다.
그러나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질문을 퍼붓는 가브리엘에게 손을 뻗은 미카엘이 손목에 걸린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는가 싶더니 가브리엘에게서 몇 발자국 물러섰다.
"왜 그래?"
"이렇게 함께 머물러선 안돼."
"쌍둥이라면서? 어째서 안된다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발언에 조금 화가 난 가브리엘이 언성을 높였다. 그에게 하나 뿐인 가족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를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미카엘이 물러선 만큼 앞으로 걸어나갔다. 하지만 그가 다가온 만큼 미카엘이 다시 뒷걸음질 쳤다. 미카엘은 가브리엘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 설명하기엔 시간이 없어. 다음에 다시 보자."
"이해가 안돼. 대체 왜…."
"그게 우리의 벌이야. 가브리엘."
뭐? 가브리엘이 되묻기도 전에 미카엘은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의 어깨 뒤로 날개가 펼쳐지며 펄럭이는 소리가 났다. 미카엘은 가브리엘이 쫓아올 새라 뒤로 몸을 물리더니 덧붙였다.
"찾아오지 마. 내가 올게."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한 가브리엘이 다시 반문할 즈음, 미카엘은 등을 돌려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가브리엘은 사라지던 미카엘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가 가브리엘과 쌍둥이라면 양 쪽 모두 검은 깃털로 뒤덮여 있어야 할 날개가 한 쪽만 하얀 깃털로 반짝였다. 다음 번에 해야할 질문 하나를 삼키며 가브리엘은 옷에 달라붙는 모래를 털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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