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tantine(2005) / Dominion Crossover Fan Fiction

기침과 기물파손의 상관관계 (for. 힌님)

w. Edyie



  미카엘은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존이 평소 열심히 피워대는 담배 탓에 저 정도는 일상소음과도 같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벽에 기대어 앉아있던 미카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인간들과 함께 산 세월이 얼마 되지 않지만 미카엘은 그 사소한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이 방에서 달리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미카엘은 그와 한 공간 쓰기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존 콘스탄틴 탓에 방 안에 갇힌 신세였다. 존은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미카엘의 방-창고에 가까운 그곳을 방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문 앞에 철저히 두 세겹으로 결계를 걸어두었다.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불편한 일도 아니었기에 미카엘은 존의 부단한 노력을 가만히 지켜보다 뜻대로 따라주었다. 그러나 그건 암묵적인 동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미카엘이 언제까지고 그의 방식을 쫓을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미카엘이 작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또다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길고 목을 긁는 듯한 소리마저 섞여있었다. 미카엘은 귀를 기울인 채 느리게 손을 뻗어 문가를 어루만졌다. 손가락이 문가에 적힌 문자를 스치기가 무섭게 허공에서 작은 스파크와 함께 불꽃이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미카엘은 손을 거두고 시선으로 문가를 위아래로 빠르게 훑어내렸다. 빼곡히 적힌 문자들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다 이내 사그라드는 모습이 그가 이전까지 만났던 '선택받은 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미카엘은 잠시 문 앞에 서서 몇 시간 뒤에 마주할 존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문고리를 움켜쥐었다. 


*   *   *   *


  존은 제 머리 위에 올려지는 묵직한 무게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눈을 뜨기보다는 그 무게를 얹어둔 존재가 누구일 지 고민했다. 한참동안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떠오르는 얼굴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절대 그럴 리 없는 인물들 뿐이었다. 이사벨? 가장 최근에 그녀를 보았던 때가 언제였더라. 존은 기억을 되짚어보다가 생각을 접었다. 어차피 눈을 떠서 확인해보면 되는 일이었다. 덧붙여서 과분한 오지랖과 호의에 고마워하면 그 뿐이라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한 존은 손으로 이마 위를 더듬으며 눈을 떴다. 손 끝에는 예상했던대로 적당히 적셔진 수건이 올려져 있었지만, 눈 앞의 상황은 그의 예상-혹은 바람-과 확연히 달랐다.


  "일어났나."

  "네가 왜 여기… Holy shit."


  존은 미카엘의 얼굴을 확인하고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걸었던 마법대로라면 미카엘은 이 곳에 있어서는 안되었다. 그리고 그는 시선이 미카엘의 방문에 닿기 무섭게 나지막히 욕설을 내뱉었다. 문가 전체가 까맣게 그을린 흔적을 남기고 방문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휑하니 뚫린 모습이 문을 떼다가 다른 곳에 숨겨놓은 듯한 모양이었지만 존은 그럴 리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둔 마법과 함께 문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모든 일의 장본인은 존이 일어날 때까지 침대 곁에 의자를 끌어두고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태평한 모습을 잠시 노려보던 존은 애꿎은 물수건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미카엘은 둔탁한 소리를 따라 돌아보았다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멀쩡한 모양이군."

  "어떤 빌어먹을 천사 덕분이지. 이런 것도 천국에서 가르쳐주나?"


  존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책장을 넘기던 미카엘의 손이 허공에서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곧 원래대로 페이지를 넘기고는 무심한 투로 덧붙였다.


  "천국에는 질병이 없다."


  어련하시겠어. 존은 불만 가득한 심정을 담아 대꾸했다. 미카엘은 눈길이 머무는 활자 위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존의 말을 기점으로 시작된 생각 탓에 이미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뒤이어 짧은 순간 미카엘의 눈 앞에 익숙한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미카엘은 결국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존에게 시선을 돌렸다. 존은 어느 새 자리에서 일어나 썰렁한 부엌으로 사라진 뒤였다. 물병과 컵이 놓인 테이블로 돌아온 존은 입에 약을 머금은 채 한껏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는 물과 함께 알약을 삼킨 후에야 미카엘과 눈을 마주했다.


  "What." 존이 내뱉은 퉁명스런 물음은 이미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미카엘. 미카엘은 속삭임처럼 가까이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한 번 시작된 환청은 메아리치듯 미카엘의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미카엘 미카엘 미카엘 미카에-ㄹ. 이 곳에 존재하지 않을 알렉스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천사의 이름을 부르다 일순간 사라졌다.

  미카엘은 이마에 닿는 서늘한 감각에 퍼뜩 눈을 떴다. 바로 코 앞까지 다가온 존이 한 손으로는 제 이마를, 반대 손으로는 미카엘의 이마를 짚고 서있었다. 미카엘은 금방 떨어져나가는 손 끝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열은 없고."

  "뭘 하는 거지."

  "여긴 천국이 아니라 지상이라 말이지."

  "존 콘스탄틴."


  존은 말을 마치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물수건을 집어들었다. 그는 손에 잡힌 물건을 휙휙 뒤집어 이리저리 살피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난 이런 재주는 없거든. 존은 어깨를 으쓱여 보이고는 가벼운 기침을 내뱉었다. 기침은 밤 사이와는 다르게 금방 가라앉았다. 잠든 사이에 받았던 간호가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존은 눈을 뜨기 전에 그가 생각했던 대로 약간의 성의를 내보였다.


  "나쁘지 않았단 소리야. 천사양반."


  미카엘은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존은 간략한 칭찬 외에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사각사각 > Domin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브미카 / About Us  (0) 2017.09.21
[Dominion] Resurrection (for.알양님)  (0) 2016.10.03
가브미카 / 고요한 낙원 上  (0) 2016.05.16
[Dominion] I'm here (for. 현제)  (0) 2015.10.07
[Dominion] 단문  (2) 2015.08.19
Posted by Edy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