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드라마) 파괴! 시즌1과 시즌2 사이에 쓰려던 글이었는데... 이렇게 늦어졌습니다.

+ 비단같은 황금썰을 써주시는 알양님께 항상 감사드리며. (원트윗)



Dominion Fan Fiction

Resurrection (for. 알양님)

w. Edyie



  "알렉스!"


  클레어는 그렇게 소리 높여 외치고는 성큼성큼 앞서가는 남자를 따라 뛰다시피 걸음을 옮겼다. 알렉스는 이제 막 베가에 돌아온 참이었다. 그리고 방금 베가의 높은 성벽과 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으로부터 얼마 전 있었던 커다란 '사건'에 대해 전해들었다. 그 소식 때문에 돌아오신 거 아니세요? 경비병의 말을 들은 뒤로 제대로 된 기억이 없었다. 알렉스는 그 길로 무작정 뛰어들어와 클레어를 찾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베가의 수장이 된 클레어는 회의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던 길에 알렉스와 마주치고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반갑다거나 어떻게 지냈냐는 인사보다도 먼저 나온 미카엘의 안부에 그녀는 말을 흐렸다. 알렉스는 다급한 마음에 그녀의 어깨를 붙들었지만 불안한 눈빛만 돌아올 뿐이었다. 알렉스는 한숨을 내쉬고 돌아섰다.

  그 뒤로 이러한 상황이었다. 알렉스는 미카엘이 있을 법한 장소는 전부 돌아다니며 그를 찾아다녔다. 결국 주변의 보고를 받고 다시 나타난 클레어가 손을 붙잡기 전까지 알렉스는 베가에 존재하는 모든 문을 여닫을 기세였다. 클레어는 빠져나가려는 그의 손을 꼭 붙잡고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알렉스. 미카엘은 죽었어."

  "날개로 총알도 막던 대천사야. 대체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나와?"

  "...사실이야. 화장터에 가봐."


  이번에는 알렉스가 뭐라 덧붙이기도 전에 클레어가 먼저 돌아섰다. 그녀는 그의 손을 놓은 뒤,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화장터. 지프가 죽은 뒤로 찾은 적 없던 곳이었다. 지프를 화장할 당시에도 그는 그저 멀리서 지켜봤을 뿐이었다. 자신을 키워주지 않았던 아버지. 알렉스가 베가를 떠나기 직전에 찾아와 모든 것을 뒤엎은 그에게 어떻게 작별해야 할 지 몰랐던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카엘이라고 했다.

  천사들과의 오랜 전쟁을 이어가는 동안 미카엘이 부상을 입은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치명상을 입은 건 얼마 전에 있었던 퓨리아드와의 전투에서 입었던 게 처음이었다. 베가에 사는 사람들과 알렉스는 자연스럽게 그를 '다쳐서 피는 흘릴 지언정 죽지 않는 존재'처럼 여기고 있었다. 누구도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건 기정화된 사실처럼 베가를 떠돌았다. 그런 그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붙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알렉스는 화장터를 향해 걷는 내내 소문을 부정했다.

  그러나 그가 본 현실은 소문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정갈하게 쌓아올린 나무기둥들 위로 익숙한 코트자락이 펄럭이는 모습을 보자 알렉스는 그 자리에 멈춰서버렸다. 슬픔이나 애도의 마음이 아니라 허탈함이 그를 쥐고 흔들었다.


  미카엘이 자신의 옆에 노마를 '친구'로 붙여놨던 것부터 시작하여, 가브리엘을 만났을 때 죽일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던 일까지. 신뢰란 꽤나 유리와 닮아있어서 한 번 금이 가기 시작하면 깨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미카엘과 알렉스의 관계 역시 그러했다. 미카엘은 언제나 말을 아끼는 편이었고, 필요 이상의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알렉스는 그런 미카엘을 믿지 못하게 되었고, 그가 베카의 숨통을 끊고 달아나다시피 사라지는 모습을 본 이후 홀로 베가를 떠났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들은 어디까지나 알렉스 나름대로의 정리를 위해서였을 뿐, 이런 결과를 바란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알렉스는 쌓아올려진 통나무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새카만 어둠 사이로 며칠 전부터 그를 괴롭혔던 악몽이 다시 한 번 생생하게 그려졌다.


  알렉스의 꿈 속에서 미카엘은 베가의 하늘을 가로질러 날고 있었다. 바다와 맞닿은 어느 곳에서 신을 찾으며 괴로워하던 대천사는 새카만 날개를 펼쳐 베가로 돌아왔다. 그러나 돌아오자마자 그를 향해 날아드는 자잘한 화살들을 보고 눈을 번뜩였다. 미카엘을 공격한 이는 다름 아닌 그가 지켜오던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베카의 죽음을 알았고,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인 미카엘을 적으로 간주했다. 미카엘은 잠시 허공에서 멈칫하더니 최대한 방어하는 자세로 그가 지키던 도시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곧 창 하나가 날아들어 그의 날개 하나를 찢어놓았다. 미카엘은 고통스런 얼굴로 추락하며 날개에 박혀든 창 끝을 살폈다. 천공의 철. 그의 상처에서 회수하였던 조각은 다시 그의 날개를 찢는 데에 사용되었다. 그리고 미카엘이 자세를 바로하려 몸을 펴는 순간, 그의 가슴을 관통하며 창 하나가 박혀들었다. 미카엘은 날개짓을 멈춘 채 허공에서 머물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제대로 내쉬어지지 않는 숨을 겨우 붙들며 미카엘은 무너지듯 쓰러졌다. 그는 자신의 가슴 앞으로 튀어나온 창 끝을 매만지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리고 마치 꿈을 꾸는 알렉스와 마주한 사람처럼 허공을 향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알렉스. 그 말을 끝으로 미카엘은 눈을 감았다.

  꿈은 거기서 끝이 났다. 알렉스는 자신이 꾸었던 꿈이 정말로 미카엘의 죽음을 보여준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미카엘이 부상을 입었거나 곤경에 처했을 거라고. 그럼에도 모든 일은 미카엘이 바라는 대로 끝났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의 결과는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알렉스는 혼란스러운 생각을 갈무리하며 천천히 눈을 뜨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자주 보아왔던 뒷모습이 그가 살아있을 때와 똑같이 느껴졌다. 미카엘, 어째서.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삼키며 알렉스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에게는 애도를 표할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미카엘의 장례가 이렇게 끝날 거란 사실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미카엘이 그동안 베가를 지켜준 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이렇게 형식만 갖추었을 뿐, 바람에 쓸려가라고 방치한 셈이나 다름없었다. 알렉스는 미카엘을 이대로 둘 수 없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타오를 만한 물건에 불을 붙여 켜켜이 쌓인 통나무들 사이로 밀어넣었다.

  가장 밑바닥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은 순식간에 옮겨붙어 위로 타고 올랐다. 알렉스는 느린 걸음으로 물러나며 불꽃이 미카엘에게 옮겨붙는 모습을 응시했다. 미카엘의 옷자락부터 그의 몸이 온통 화염에 뒤덮일 때까지 알렉스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노랗고 붉은 빛깔로 타오르던 불길이 끝끝내 미카엘의 얼굴을 덮는 순간, 아래에 쌓여있던 통나무들이 순식간에 물감이 번지듯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파스스 무너져내렸다. 알렉스가 미처 상황을 확인할 틈도 없었다. 고요히 허공에 떠오른 잿가루들이 뿌옇게 시야를 가로막았다.

  알렉스는 잿가루들이 가라앉을 때까지 선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한참만에 겨우 맑아진 시선 끝에 흐릿한 인영이 들어왔다. 타오르던 불꽃을 집어삼킨 마냥 빛을 뿜으며 길게 뻗은 형체에게서 검은 날개가 뻗어나왔다. 뒤이어 날개가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일어난 돌풍이 남아있던 잿가루를 멀리 날려보냈다. 그제서야 알렉스는 눈을 크게 뜨고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믿어지지 않는 광경을 눈에 담으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아아. 부르고 싶은 이름 대신 신음 섞인 울음이 터져나왔다. 알렉스는 주먹을 움켜쥐고 소리를 집어삼키려 노력했다. 눈물로 얼룩진 시야 사이로 빛이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알렉스는 크게 숨을 들이키며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마침내 또렷이 드러난 형체의 눈꺼풀 아래로 빛이 사그라들고 익숙한 녹빛 눈동자가 반짝였을 때, 알렉스는 쓰러지듯 몸을 웅크렸다. 천사가 줄곧 바라보았던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에게 감사하다고 기도했다. 긴 잠에서 깨어난 미카엘은 들려오는 기도소리에 엷게 웃으며 걸음을 떼었다. 아이의 곁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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