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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제님 리퀘 키워드 : 날개... 인데 날개는 요만큼



Dominion Fan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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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Edyie



  "미카엘!"


  가브리엘은 주변 골목을 빠르게 눈으로 훑으며 소리쳤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 지 벌써 한 시간째였다. 가브리엘은 모든 감각을 유대에 집중하며 길을 걸었다. 이러저리 고개를 돌리며 찾아 헤매던 가브리엘은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햇살도 좋고, 바람도 좋고. 모든 것이 평화로운 천국에서 가브리엘의 여유를 흔들어놓은 건 다름 아닌 하나 뿐인 그의 쌍둥이 형제였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번번히 똑같이 구는 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당장 급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머릿 속이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형제 덕에 뒤죽박죽 뒤엉켜 있었다. 감각이 공유될 거란 사실을 미카엘도 모르지 않을텐데 이 정도라면 앓아누울 정도는 아플 참이었다. 곤히 자고 있던 낮잠도 흘러들어온 감각 덕에 날려버린 채 헤매고 있건만 미카엘은 얼굴을 비추기는 커녕 오히려 평소보다 열심히 그를 피해다녔다. 미카엘의 고집이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럴 때마다 가브리엘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아버지의 은총은 두 형제를 비롯해 모든 대천사들에게 가장 큰 축복 중에 하나였다. 조금씩 하사받은 능력과 물건 덕에 그들은 영생과 더불어 많은 혜택을 누리며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은총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대천사들은 은총을 쓸 때마다 작은 댓가를 치뤄야 했다. 미카엘의 경우에는 고통이었다. 은총을 사용한 만큼 그는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을 앓아누웠다. 그럼에도 미카엘은 은총을 아끼는 편이 아니었다. 결과는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 돌아왔다. 고통이 시작되면 미카엘은 방에 얌전히 누워있지 않았다. 가브리엘이 몇 번 찾아다가 방에 옮겨다 놓을 적이 있을 정도로 그는 형제들에게 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했다. 요즘엔 조금 잠잠한가 싶더니 또 가브리엘이 모르는 새에 은총을 쓴 모양이었다.

  가브리엘은 어지럽게 도는 감각과 또렷하게 보이는 시야를 동시에 바라보며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매번 겪는 일이었지만 이렇게 정신이 없으면 찾아가기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카엘, 차라리 그냥 기다려. 들을 리 없는 생각을 곱씹으며 가브리엘은 털어내듯 고개를 저었다. 다시 앞을 바라보자 미카엘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가 제법 가까워졌는 지 미카엘의 목소리가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브리엘은 아까보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골목을 따라 움직였다.


  "오, 미카엘."


  골목 끝을 벗어난 가브리엘은 탄식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멈춰섰다. 광장. 하급 천사들부터 고위 천사들까지, 수 많은 천사들이 광장에 모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미카엘이 숨기에는 좋은 공간이었지만, 그를 찾고 있는 가브리엘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가브리엘은 멈춰선 채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천사들의 목소리에 묻혀 미카엘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의 기운 역시 느릿하니 가브리엘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아픈 형제와 숨바꼭질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결국 가브리엘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눈에 힘을 주었다. 동시에 그의 주변을 지나치던 하급 천사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멈춰서더니 풀린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고위 천사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변화를 바라보다 가브리엘의 존재를 알아채고는 슬쩍 고개를 숙였다. 흐름이 멈춘 광장에 터벅터벅 무거운 걸음소리가 울려퍼지다 멈춰섰다. 가브리엘은 얼른 소리가 난 쪽에서 가장 가까운 하급 천사의 눈을 빌려 주변을 확인했다. 긴 로브를 뒤집어쓴 미카엘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가브리엘은 허탈하게 웃으며 빙의를 풀었다. 미카엘에게 집중되어 있던 천사들의 이목이 한순간 풀리자 광장은 다시금 활기를 되찾았다.

  가브리엘은 다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느리게 발걸음을 옮겼다. 미카엘은 이미 그의 위치를 들킨 뒤였고 지금의 몸상태로는 달리지도 날지도 못할 게 뻔했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길 때마다 미카엘의 고통이 공명하듯 저릿하게 울려왔다. 가브리엘은 고개를 털어내며 제 형제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미카엘이 겨우 손으로 벽을 짚고 돌아간 골목을 돌자마자 다시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막다른 골목 끝에 세워진 날개의 장벽이 그와 미카엘 사이에 버티고 있었다. 날개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면서도 제 주인의 고통 때문인지 이따금 흔들리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불어들어오는 바람을 등지고 입구 쪽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보이지는 않아도 날개 안 쪽에서는 미카엘이 두 팔로 제 몸을 감싸안고 주저앉아 있을 참이었다. 미카엘은 입술 사이로 도망치는 고통을 삼키고, 고통을 댓가로 내리신 아버지를 원망하지도 않고, 찬란하고 따스한 햇살을 피해 웅크려 있을 게 분명했다. 또한 그가 아는 미카엘은 고통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은총을 사용하고 다시 앓아누울 미련함도 가지고 있었다. 그건 가브리엘이 잔소리를 퍼붓거나 화를 낸다고 해서 변할 성정이 아니었다. 그는 항상 형제로서 미카엘을 지켜보았지만 정작 이런 부분은 이해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었다. 가브리엘은 갑갑한 마음을 추스리며 걸음을 옮겼다. 멈췄던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날개가 또 한 번 들썩였다. 가브리엘은 날개 바로 앞까지 가서야 입을 떼었다.


  "미카엘."


  가브리엘은 차분하게 미카엘을 불렀다. 목소리에는 방금까지 느꼈던 답답함이나 분노 따위가 섞여있지 않았다. 그는 단지 형제가 홀로 고통받지 않기를 바랐다. 어둠에서 탄생한 순간부터 함께였던 형제가 곁에 있으니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가브리엘은 미카엘의 날개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저 발이 닿은 땅에 그대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날개를 바라보았다.

  나는 여기 있어, 미카엘. 가브리엘은 그 생각을 끝으로 침묵했다.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눈 앞에 있는 형제에게 집중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느릿한 한숨소리가 날개 안 쪽에서부터 울려퍼졌다. 그리고 가브리엘이 기다리던 형제가 날개를 거두고 제 모습을 드러냈다. 미카엘은 한눈에 보아도 힘들어보이는 얼굴로 가브리엘을 마주보았다. 가브리엘. 메마른 입술 사이로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나와 그를 부르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대답 대신 팔을 최대한 뻗어 미카엘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따스한 바람에도 미약하게 떨리던 몸이 토닥이는 손길을 따라 점차 안정을 찾았다. 미카엘은 가브리엘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제야 가브리엘은 푸스스 맥빠진 웃음을 터트리며 미카엘의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돌아가자. 깨어날 때까지 곁에 있을테니 푹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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